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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의 기준을 다시 묻다
― 크린토피아 통합브랜딩 이야기
Background
1등이지만, 더 이상 주목받지 않는 브랜드
크린토피아는 1등입니다. 30년 넘는 업력. 전국 3,000개가 넘는 매장. 연간 1억 벌 이상의 세탁물 처리. 숫자만 보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이 1등을 더 이상 주목하지 않습니다. 기억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같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더 나은 세탁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잘 말했고, 더 감각적으로 구성됐으며, 더 매력적인 브랜드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UX, 앱, 광고, 언어. 이들은 세탁을 그저 그런 일상이 아니라, 새롭고 편안한 경험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반면 크린토피아는 너무 오래 말이 없었습니다. 가장 많이 세탁했고 가장 넓게 퍼져 있었으며 가장 다양한 상황에 대응해왔지만,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싸고 감성 없고 품질은 그냥 그런 곳’이라는 인식이 덧씌워졌습니다. 수많은 후기와 입소문, 커뮤니티 게시글에 그 이미지가 고정되었고, 그것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다릅니다. 크린토피아는 더 나은 장비를 갖추고 있고, 전국 단위의 시스템을 가장 정밀하게 운영하며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진 이미지였습니다. 브랜드가 말을 아끼는 순간, 다른 이들이 대신 말하기 시작합니다. 크린토피아는 그 침묵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그 침묵을 깨는 일입니다. 선택의 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유산 위에 앉아 구시대의 1등으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기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이것은 단지 로고를 고치는 작업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말투와 자세, 존재 방식 전체를 다시 묻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세탁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세탁을 맡기는가.”
“누가 세탁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Strategy Part
우리는 왜 세탁학이라는 기준을 만들었는가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정의(Definition)’라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어떤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가. 크린토피아 리브랜딩 역시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브랜딩을 외형의 문제로만 다루곤 합니다. 로고를 바꾸고, 간판을 손보며, 광고 문장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말보다 먼저 태도이고, 태도보다 먼저 철학이라는 점을 우리는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선언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깊고 체계적인 질문 끝에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크린토피아는 규모도 시스템도 충분했지만, 브랜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창업 초창기에는 분명한 의지와 철학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역 기반의 세탁소에서 출발해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신념과 기준이 녹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커지고 체계화될수록, 그 이야기는 점점 흐려졌습니다. 내부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었지만, 외부에서는 그것을 체감할 수 있는 맥락이나 언어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격 경쟁력, 넓은 매장망, 빠른 처리 속도. 크린토피아는 분명 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활동에 ‘왜’라는 이유가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브랜드가 어떤 생각으로 일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고객을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었고, 고객 입장에서 그것은 ‘없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잘하고 있다 해도, 고객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리는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크린토피아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술력과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철학의 언어로 정리하고, 그것을 고객이 실제로 감각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등장한 개념이 바로 ‘세탁학(Laundry-ology)’입니다.
‘세탁학’은 단순한 마케팅 용어나 캠페인 워딩이 아닙니다. 크린토피아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앞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세탁이라는 행위를 해석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자 태도입니다. 누구나 세탁을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세탁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크린토피아는 이제 단지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라, 세탁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가장 체계적으로 정의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했습니다.
‘세탁학’은 철학이자 기준이고, 동시에 실행의 매뉴얼입니다. 브랜드의 말투, 공간의 구조, 가격표의 표기 방식, 응대 언어, 서비스의 흐름까지—모든 접점이 이 기준 아래 다시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직원은 ‘크린마스터’로, 세탁소는 ‘케어센터’로 명명되었고, 서비스 전반은 ‘기준 있는 절차’로 명확히 구조화되었습니다.
이제 크린토피아는 단지 세탁을 ‘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세탁이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그 정의를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기준이 되려는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세탁학’은 그 전환의 출발점이자 브랜드의 중심축입니다. 앞으로 크린토피아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행동, 고객과 마주하는 모든 순간은 이 철학을 기반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브랜드는 결국, 스스로를 믿는 방식으로 세상을 설득해야 합니다. 크린토피아는 이제, 세탁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브랜드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실천하며 ‘세탁의 기준’을 새롭게 써내려가고자 합니다.
Visual Part
결국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야 하는 것
브랜드는 말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어떤 접점에서 시작됩니다. 간판, 색, 조명, 포장지, 그리고 때로는 냉장고에 붙은 가격표 자석 하나. 그래서 크린토피아가 새롭게 말하고자 했던 철학은 반드시 ‘보이게’ 만들어져야 했습니다. 브랜드에 철학이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상에서 어떻게 감각되느냐였습니다.
‘세탁학’이라는 개념은 말로는 이미 충분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선언보다 장면입니다. 말로 정리된 철학이 실제 생활의 맥락 속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철학이 아니라 단지 컨셉에 머물게 됩니다. 우리가 풀어야 했던 과제는, 크린토피아가 세탁의 기준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시각의 언어로 증명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첫 번째 결단은 상징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브랜드의 얼굴처럼 사용되어 온 캐릭터 ‘뽀송이’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뽀송이’는 분명 귀여웠습니다. 친근했고,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그 귀여움은 점차 과거형의 미덕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캐릭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성’보다는 ‘향수’로 작동하게 되며, 그 향수가 브랜드에 발화되기 시작하면 디자인은 미래를 지시하는 언어가 아니라 과거를 아카이브하는 표지판이 되어버립니다. 크린토피아는 그 한계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친근한 감성은 점점 ‘낡은 세탁소’의 정서적 이미지로 침전되고 있었고, 그것은 더 이상 새로운 소비자와의 연결점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정체성은 지켜야 할 자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과감히 벗어야 할 옷이기도 합니다. 뽀송이를 내려놓는 선택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로 미래를 말하기 위한 1등 브랜드의 결단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세 개의 원이 교차된 새로운 심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지나치게 단순하고 추상적이며, 감정이 제거된 디자인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이야말로 크린토피아가 보여주고자 한 태도의 본질이었습니다. 세 개의 원은 각각 ‘생활’, ‘기준’, ‘기술’을 상징하며, 이들이 교차하는 지점은 크린토피아가 지향하는 세탁 경험의 중심을 뜻합니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구조로 철학을 말하고, 앱 아이콘부터 간판, 라벨,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어떤 접점 위에서도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심볼은, 철학과 실용, 감각과 기술이 교차하는 브랜드의 핵심 구조를 시각화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더불어, 우리가 택한 이 미니멀한 조형은 단순한 전략적 옵션을 넘어 지금 이 시대의 세탁 브랜드가 반드시 갖춰야 할 환경적 조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세탁은 오프라인만의 일이 아닙니다. 온라인 플랫폼, 픽업 · 배송 연계 시스템, 디지털 기반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 시각 언어는 점점 더 직관적이고 일관된 구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이 변화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먼저 그 구조를 받아들였습니다. 장식을 줄인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명확히 했고, 요소를 덜어낸 것이 아니라 철학을 더 많이 담기 위한 구조화를 선택했습니다. 브랜드가 자신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에 집중한 결과였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말하고자 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더 이상 익숙해서 선택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신뢰받는 브랜드라고. 그래서 ‘예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기준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디자인은 감각이 아니라 태도의 증거여야 했고, 브랜드의 피부는 꾸밈이 아니라 철학을 비추는 결이어야 했습니다.
Communication Part
이렇게 말할 때, 신뢰가 생긴다
브랜딩에서 디자인이 ‘보는 언어’라면, 광고는 ‘듣는 언어’입니다. 어떤 말투로, 어떤 어조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따라 브랜드는 전혀 다른 존재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오랜 시간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혹은 있어도, 그 말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했습니다. 우리는 리브랜딩 이후 브랜드의 목소리를 새롭게 설계해야 했고, 그 말투가 브랜드의 태도이자 신뢰가 된다는 전제 아래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광고는 유일하게 크린토피아 리브랜딩 프로젝트 전체 중 수의계약이 아닌 PT(제안 프레젠테이션)를 통해 수주가 이루어진 영역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브랜드 디자인, 디지털 경험, 서비스 구조 등은 이미 일관된 기준 아래 빠르게 정비되고 있었지만,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아직 그 기준의 언어로 전환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발성 캠페인이 아닌, 리브랜딩 이후 장기적인 브랜드 태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부터 고민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크린토피아는 도전자가 아닙니다. 이미 업계 1위이고, 가장 많은 세탁을 해온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성적인 접근이나 비교 중심의 전략보다, 업계의 기준으로서 자신 있게 말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때 브랜드 철학의 핵심이었던 ‘세탁학’이라는 단어가 또 한 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브랜드가 전문가의 목소리로, 마치 교과서를 펴듯 단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문장이 바로 이것입니다.
“수거배달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의류보관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블랙라벨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크린토피아의 핵심 서비스를 이렇게 짧고 단호한 어조로 제시하는 전략은, 단지 마케팅 포지셔닝을 넘어서 브랜드의 태도 전체를 압축한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는 리더로서 말했고, 고객은 그 태도에서 신뢰를 느꼈습니다. 특히 이 어조는 ‘세탁학’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정확히 맞물리면서, 말의 강도와 브랜드의 내적 기준을 함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실행 면에서도 이 캠페인은 매우 실용적인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연간 단위로 수거배달, 의류보관, 블랙라벨 세 가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영상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총 9편의 영상 스토리보드를 개발했고, 2일 만에 촬영 가능한 구조로 효율을 높였습니다. ‘2편 같은 9편’이라는 내부 컨셉 아래 콘텐츠를 변주하면서도 일관된 어조와 스타일을 유지했으며, 주요 매체를 중심으로 거의 1년 가까이 온에어를 이어갔습니다. 영상뿐 아니라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기 위한 DA(Digital Ads), OOH(옥외광고) 등도 함께 집행되어 실제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캠페인의 실질적 효과를 증명해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브랜드의 말투가 ‘위트’나 ‘꾸밈’이 아니라 ‘기준 있는 태도’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감정적인 메시지에만 반응하지 않습니다. 대신 브랜드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자세로 말하는지를 읽어냅니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는 짧은 문장 속에 크린토피아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노하우와,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다시 세운 기준, 그리고 브랜드로서의 자신감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예고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그 방향이 디지털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다루고자 합니다. 크린토피아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의 손끝까지 기준을 확장했을까요?
Digital Part
앱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기준으로 바꿨다
브랜드의 기준은 철학에서 시작되지만, 그 기준이 실감나는 지점은 결국 ‘사용의 순간’입니다. 우리는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크린토피아의 시각 언어와 말투, 공간과 서비스 철학을 다시 설계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세탁을 맡기고, 맡긴 세탁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다시 돌아오는 옷가지를 받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브랜드의 기준이 체감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직 ‘완성된 브랜드 경험’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크린토피아의 기준을 디지털로 확장해야 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 세탁 네트워크를 보유한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디지털 경쟁력에서는 후발 주자에 가까웠습니다. 런드리고나 세탁특공대와 같은 신생 브랜드들이 O2O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가는 동안, 크린토피아는 다소 늦게 움직였고, 그만큼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했습니다. 이번 앱 리뉴얼 프로젝트는 단순히 ‘앱을 다시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 전체의 디지털 UX를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브랜드의 감성과 언어가 앱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였습니다. 기존의 앱은 컬러와 폰트, 컴포넌트가 일관되지 않았고, 디자인적 완성도 역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리브랜딩의 스타일 가이드를 기반으로 시각 요소를 모두 정비하고, 이전에 사용되던 캐릭터나 부자재 중 브랜드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을 과감히 걷어냈습니다.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앱을 브랜드의 ‘디지털 간판’으로 새롭게 다듬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했던 과제는 사용자 경험의 간소화였습니다. 세탁이라는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복잡하지 않아야 합니다. 고객은 세탁이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지, 앱 사용법을 익히거나 단계를 추적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던 상태값을 10단계로 간결하게 정리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스템을 연동하여 고객이 매장에서 맡긴 세탁 내역과 상태도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했습니다. 영수증, 배송 현황, 결제 내역까지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되었고, 고객은 더 이상 매장에 전화하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기존 앱은 구조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페이지를 이동할 때 속도가 매우 느렸습니다. 우리는 주요 구간마다 캐싱을 적용하고, webflux와 spring boot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도입하여 앱의 반응 속도를 평균 3배 이상 향상시켰습니다. 단지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빠르고 편하게 사용하는 경험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디지털 브랜딩에서 설정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또 하나의 앱, ‘배송 파트너 앱’을 개발했습니다. 아무리 세탁을 잘해도, 수거와 배송이 엉망이라면 고객은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크린토피아는 자체 배송 시스템을 통해 심야 시간대까지 수거배달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 물류의 정교함 또한 브랜드 경험의 일부였습니다. 배송 파트너 앱은 기사님들이 당일 물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수거-세탁-배송-납품의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캔 기능을 활용해 가방 수량을 정확히 체크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도 함께 도입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세탁을 맡기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습니다. 시간이 없거나 너무 바쁘거나, 세탁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앱도 그만큼 쉬워야 했습니다. 과정을 줄이고, 어려운 용어를 바꾸고, 터치 한 번으로 끝나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은 단순한 UI 설계가 아니라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경험은 이제 브랜드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그 얼굴을 통해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세탁이 더 쉬워집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우리가 제안하는 새로운 생활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Epilogue
파괴와 정통함, 그 긴장 속에서 리더십은 복원된다
크린토피아의 통합 브랜딩은 해체와 복원의 이중 구조로 진행됐습니다. 오래된 이미지를 벗기는 일은 단순한 리뉴얼이 아니라, 과거와의 작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브랜드의 얼굴이었던 ‘뽀송이’와 이별했고, 대신 단순한 세 개의 원이 교차하는 새로운 심볼을 제시했습니다. 너무 심플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건 친근함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덜어내고 줄이는 일, 본질만 남기는 일. 그것은 눈에 보이는 디자인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앱은 고객이 브랜드를 실제로 마주하는 접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UI를 설계하며 ‘기능’보다 ‘삶’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적은 터치, 쉬운 언어, 단순한 흐름. 이 모든 요소는 결국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말로 이어졌고, 그 말은 고객에게 새로운 생활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기준을 브랜드의 어조로도 확장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말했습니다. “세탁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이 말은 단순한 광고 문장이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에 내놓은 하나의 원칙이자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브랜드라는 형식을 넘어 고객의 생활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브랜드는 이제 말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어조로 말하며, 경험으로 증명됩니다. 크린토피아는 그 세 가지를 다시 정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단지 리더의 자리를 되찾은 것이 아니라, 리더십이라는 감각 자체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크린토피아는 파괴와 정통함, 그 양극의 긴장 속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과거를 해체하되 본질은 지켰고, 익숙함을 지우되 신뢰는 남겼습니다. 그래서 크린토피아의 리더십은 단지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라는 이름 아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복원된 것입니다.
Director’s Comment
우리가 만든 형식이 기준이 되기를 바라며
브랜드 리뉴얼이 공개된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언론에서는 해당 기업이 세 배 이상의 가치로 매각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어떤 이는 자본의 논리로 읽었고, 또 어떤 이는 구성원의 고용 안정성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실질적인 변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설계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태도.
수치로 정량적인 기여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브랜드 철학과 어조, 기술과 경험의 형식이 이 브랜드를 다시 리더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그리고 그것은 단지 겉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의 언어와 고객의 일상, 기업이 바라보는 '세탁'이라는 행위 자체를 재정의한 일이었다고 믿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착화된 이미지를 정말 바꿀 수 있을까요?”
당연한 질문이었습니다. 크린토피아는 오랜 시간 동안 ‘세탁 브랜드’라는 역할에 충실했고, 그만큼 대중의 머릿속에 깊고 단단한 인상을 남긴 브랜드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어떤 조직이든, 어떤 분야든,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바뀔 수 있다고요. 이번 리브랜딩은 단 한 번도 특정 부서나 외부 전문가의 작업으로만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디자인을 맡은 분들은 단순히 예쁜 화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장 간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고민했고, 광고를 만드는 팀은 말이 아닌 브랜드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앱을 개발하는 분들은 고객의 귀찮음을 줄이기 위해 복잡한 구조를 기꺼이 뜯어고쳤고, 내부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실에서는 브랜드 언어 하나가 서비스 매뉴얼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며 우리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는 더 이상 ‘전문가의 말’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매일의 일과 속에서 실천되는 선택이며, 점주님의 가게 앞 간판에서 보여지는 약속이고, 고객이 남긴 리뷰에서 돌아오는 반응이라는 것.
‘브랜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매일 어떤 자세로 일하는가에 달린 것 같아요.”
어쩌면 그 말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브랜딩은 삶처럼 진득한 것입니다. 한 줄의 문장, 한 장의 디자인, 한 편의 광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의 태도, 관계, 신뢰, 그리고 기준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는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태어나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그것은 단지 작업이 아니라, 일의 방식이고 삶의 태도였습니다.
끝까지 함께해준 클라이언트, 수많은 현장 실무자들, 그리고 브랜드라는 말을 처음 듣고도 진심으로 반응해준 모든 매장의 점주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크린토피아의 리브랜딩은 가능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페이지는 누군가의 브랜드북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세탁 중인 현장의 삶 속에서 계속 쓰이고 있을 것입니다.
브랜드는 그렇게, 모두가 함께 만든 ‘일이자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바랍니다. 우리가 만든 이 형식이, 누군가의 기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