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안의 작은 극장 만들기
마트 안의 작은 극장 만들기
마트 안의 작은 극장 만들기
― 이마트 재발견 프로젝트 통합 브랜딩 이야기
― 이마트 재발견 프로젝트 통합 브랜딩 이야기
― 이마트 재발견 프로젝트 통합 브랜딩 이야기



Prologue
Prologue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어색했던 문장의 기억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어색했던 문장의 기억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어색했던 문장의 기억
처음 킥오프 문서를 작성하던 날, ‘재발견 프로젝트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라는 문장을 입력해두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문장 구조도 어색했고, 의미도 겹겹이 낯설었습니다.
우리는 평소 브랜드를 리뉴얼한다고는 말하지만, 프로젝트를 리뉴얼한다고 하진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그 문장을 지우지 않고 그냥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언어가 걸리는 지점은 언제나 질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왜 ‘재발견’이라는 단어는 명사보다 동사로 느껴질까. 왜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늘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들까. 그리고 왜 ‘브랜드 리뉴얼’이라는 익숙한 조합이 이토록 낯설게 보일까. 아마도 그건, 제가 이 프로젝트를 단지 새 디자인을 적용하는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름은 익숙했지만 실체는 익숙하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마트라는 거대한 유통 시스템 안에서 기획된 하나의 브랜드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코너 속 코너'처럼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제게 단순히 리브랜딩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사연을 다시 듣는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날의 문장은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작이었고, 어쩌면 사전 없이 대화해야 할 첫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PM으로서 처음 책임지게 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저는 더더욱 언어 하나, 개념 하나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재발견’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로는 마케팅적 수사를 떠올리게도 했지만, 동시에 어떤 윤리적 질문을 함께 던졌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왜, 다시 발견해야 할까? 지역의 생산자, 이름 없는 토산품, 유통되지 못한 사연, 외면되던 가치들. 그것들이 누군가에겐 여전히 ‘좋은 것’일 수 있음을 전제해야만 비로소 이 브랜드는 존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에게 ‘재발견 프로젝트’는 단순한 PB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마트라는 조직이, 지역이라는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만든 하나의 거울 같았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는 그 거울을 수리하거나 닦는 사람이기보다, 그 거울이 비추는 풍경에 어떤 서사를 얹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해석자에 가까웠습니다.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는 저에게 디자이너의 기술이 아니라 기획자의 감각으로 접근해야 할 드문 기회였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의미 깊었습니다. 너무 잘 아는 줄 알았던 언어가 낯설게 다가올 때, 그 어색함이 말해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재발견’은 그런 어색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색함은 결국, 일상의 한복판에서 문득 마주하게 될 어떤 명장면을 예고하는 낯섦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킥오프 문서를 작성하던 날, ‘재발견 프로젝트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라는 문장을 입력해두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문장 구조도 어색했고, 의미도 겹겹이 낯설었습니다.
우리는 평소 브랜드를 리뉴얼한다고는 말하지만, 프로젝트를 리뉴얼한다고 하진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그 문장을 지우지 않고 그냥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언어가 걸리는 지점은 언제나 질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왜 ‘재발견’이라는 단어는 명사보다 동사로 느껴질까. 왜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늘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들까. 그리고 왜 ‘브랜드 리뉴얼’이라는 익숙한 조합이 이토록 낯설게 보일까. 아마도 그건, 제가 이 프로젝트를 단지 새 디자인을 적용하는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름은 익숙했지만 실체는 익숙하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마트라는 거대한 유통 시스템 안에서 기획된 하나의 브랜드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코너 속 코너'처럼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제게 단순히 리브랜딩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사연을 다시 듣는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날의 문장은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작이었고, 어쩌면 사전 없이 대화해야 할 첫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PM으로서 처음 책임지게 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저는 더더욱 언어 하나, 개념 하나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재발견’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로는 마케팅적 수사를 떠올리게도 했지만, 동시에 어떤 윤리적 질문을 함께 던졌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왜, 다시 발견해야 할까? 지역의 생산자, 이름 없는 토산품, 유통되지 못한 사연, 외면되던 가치들. 그것들이 누군가에겐 여전히 ‘좋은 것’일 수 있음을 전제해야만 비로소 이 브랜드는 존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에게 ‘재발견 프로젝트’는 단순한 PB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마트라는 조직이, 지역이라는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만든 하나의 거울 같았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는 그 거울을 수리하거나 닦는 사람이기보다, 그 거울이 비추는 풍경에 어떤 서사를 얹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해석자에 가까웠습니다.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는 저에게 디자이너의 기술이 아니라 기획자의 감각으로 접근해야 할 드문 기회였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의미 깊었습니다. 너무 잘 아는 줄 알았던 언어가 낯설게 다가올 때, 그 어색함이 말해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재발견’은 그런 어색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색함은 결국, 일상의 한복판에서 문득 마주하게 될 어떤 명장면을 예고하는 낯섦이기도 했습니다.









1장
1장
문제 정의:
‘로컬’이라는 말의 피로감 속에서
문제 정의:
‘로컬’이라는 말의 피로감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로컬’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컬푸드, 로컬브랜드, 로컬라이징, 로컬기획전. 언뜻 들으면 따뜻하고 정당한 말들이지만, 지나치게 반복된 단어는 종종 자신이 가리키고자 했던 본래의 감각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재발견 프로젝트’가 처해 있던 브랜드 환경은 바로 그런 언어적 피로감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습니다.
‘국산의 힘’ 같은 대형 PB 캠페인이나 지역 특산물 코너, 공항 기념품샵 등과 비주얼이나 구성, 메시지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태였고, ‘이마트가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유발할 정도로 기획의 본의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도 그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었고,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마주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상품이 둘러싸인 경험의 구조였습니다. 이 브랜드는 단지 지역 상품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지역성과 상품성을 어떻게 이마트라는 유통 플랫폼 안에서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했습니다. 말하자면, 로컬이라는 말이 주는 감성적 지분을 다시 묻는 동시에, 이마트만이 해석할 수 있는 로컬의 방식, 이마트다움으로 접근한 로컬의 정의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공급자의 언어가 아닌 소비자의 언어로 다시 써보기로 했습니다. 지역 생산자들의 정성과 손맛, 자연의 조건과 토양의 이야기를 말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이마트라는 일상의 루틴 안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고, 어떤 감정으로 선택되고, 누구의 식탁 위에 오르는지를 상상하는 일이었죠. 단순히 좋은 것을 소개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알아보지 못했던 좋은 것을 알아보게 만드는 브랜드, 그것이 ‘재발견’이 지향해야 할 진짜 역할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역할을 좀 더 구체적인 장면의 언어로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매대에서의 정지, 시선의 머무름, 문장 하나의 울림, 손끝의 망설임—그런 작고도 구체적인 순간들. 결국 우리가 발견하고자 한 것은 ‘로컬’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 로컬이 촘촘히 녹아든 일상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이마트라는 공간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익숙함 속의 낯선 한 컷. 고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는 그 짧은 찰나의 체험 안에 브랜드의 의도가 과하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게 배어들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작동한다고 우리는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과장된 이벤트나 고조된 감정보다, 반복되는 쇼핑이라는 리듬 속에 섬세하게 삽입된 한 장면의 힘을 통해 완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로컬’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컬푸드, 로컬브랜드, 로컬라이징, 로컬기획전. 언뜻 들으면 따뜻하고 정당한 말들이지만, 지나치게 반복된 단어는 종종 자신이 가리키고자 했던 본래의 감각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재발견 프로젝트’가 처해 있던 브랜드 환경은 바로 그런 언어적 피로감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습니다.
‘국산의 힘’ 같은 대형 PB 캠페인이나 지역 특산물 코너, 공항 기념품샵 등과 비주얼이나 구성, 메시지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태였고, ‘이마트가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유발할 정도로 기획의 본의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도 그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었고,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마주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상품이 둘러싸인 경험의 구조였습니다. 이 브랜드는 단지 지역 상품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지역성과 상품성을 어떻게 이마트라는 유통 플랫폼 안에서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했습니다. 말하자면, 로컬이라는 말이 주는 감성적 지분을 다시 묻는 동시에, 이마트만이 해석할 수 있는 로컬의 방식, 이마트다움으로 접근한 로컬의 정의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공급자의 언어가 아닌 소비자의 언어로 다시 써보기로 했습니다. 지역 생산자들의 정성과 손맛, 자연의 조건과 토양의 이야기를 말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이마트라는 일상의 루틴 안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고, 어떤 감정으로 선택되고, 누구의 식탁 위에 오르는지를 상상하는 일이었죠. 단순히 좋은 것을 소개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알아보지 못했던 좋은 것을 알아보게 만드는 브랜드, 그것이 ‘재발견’이 지향해야 할 진짜 역할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역할을 좀 더 구체적인 장면의 언어로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매대에서의 정지, 시선의 머무름, 문장 하나의 울림, 손끝의 망설임—그런 작고도 구체적인 순간들. 결국 우리가 발견하고자 한 것은 ‘로컬’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 로컬이 촘촘히 녹아든 일상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이마트라는 공간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익숙함 속의 낯선 한 컷. 고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는 그 짧은 찰나의 체험 안에 브랜드의 의도가 과하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게 배어들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작동한다고 우리는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과장된 이벤트나 고조된 감정보다, 반복되는 쇼핑이라는 리듬 속에 섬세하게 삽입된 한 장면의 힘을 통해 완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2장
2장
전략 설계:
마트라는 일상에서 ‘로컬’을 만나는 방식
전략 설계:
마트라는 일상에서 ‘로컬’을 만나는 방식
전략 설계:
마트라는 일상에서 ‘로컬’을 만나는 방식
‘재발견’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을 때보다, 몇 번 곱씹었을 때 더 많은 풍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지역 상품이나 로컬 특산물을 의미하는 브랜드의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이름이 지칭하는 대상은 훨씬 더 복합적이었습니다. 재발견의 대상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을 경험하는 방식이어야 했습니다.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지역 생산자를 소개하고, 아름다운 스토리와 자연 친화적 이미지를 패키지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형식적 접근이 오히려 브랜드 간 유사성을 가중시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좋은 상품’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장면’이라는 관점에서, 고객이 그 상품을 만나고 지나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떤 풍경이 열릴 수 있을지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극장’, ‘장면(Scene)’, ‘포착’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고객은 마트에 장을 보러 오고, 우리는 그 장보기의 동선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장면들을 설정해두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멈추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익숙해져버린 마트라는 공간 안에서, 불쑥 드러나는 감정의 밀도 한 조각. 우리는 그것을 이 브랜드가 연출해야 할 로컬의 명장면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렇게 재발견 프로젝트는 단지 지역 상품을 소개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일상 속에 침잠해 있던 장면 하나를 드러내는 작은 극장의 연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도, 이벤트성 콘텐츠도 아닌, 이마트라는 플랫폼의 본질 안에서만 구현 가능한 ‘극장 구조’ 위에, 우리는 로컬의 명장면들을 한 컷씩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장면은 명란이 담긴 투명 용기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장면은 전남 어느 갯마을의 안개 낀 풍경에서 나왔으며, 또 어떤 장면은 소금, 장류, 해초, 젓갈에 묻힌 손의 움직임에서 찾아졌습니다. 고객이 장을 보다가 멈추고, 스쳐 지나가고, 문장 하나를 읽고, 그림 하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일상으로 걸어 나갈 때—그 짧은 시퀀스 안에서 브랜드는 설명 없이 작동합니다. 제품은 무대의 소품이 되고, 공간은 장면을 걸어두는 스크린이 되며, 고객은 잠시 멈춘 관객이 됩니다. 우리는 그 흐름 안에서 브랜드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이마트의 재발견 프로젝트는 ‘로컬의 명장면을 만나는 경험’ 그 자체여야 한다고요.
‘재발견’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을 때보다, 몇 번 곱씹었을 때 더 많은 풍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지역 상품이나 로컬 특산물을 의미하는 브랜드의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이름이 지칭하는 대상은 훨씬 더 복합적이었습니다. 재발견의 대상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을 경험하는 방식이어야 했습니다.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지역 생산자를 소개하고, 아름다운 스토리와 자연 친화적 이미지를 패키지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형식적 접근이 오히려 브랜드 간 유사성을 가중시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좋은 상품’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장면’이라는 관점에서, 고객이 그 상품을 만나고 지나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떤 풍경이 열릴 수 있을지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극장’, ‘장면(Scene)’, ‘포착’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고객은 마트에 장을 보러 오고, 우리는 그 장보기의 동선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장면들을 설정해두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멈추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익숙해져버린 마트라는 공간 안에서, 불쑥 드러나는 감정의 밀도 한 조각. 우리는 그것을 이 브랜드가 연출해야 할 로컬의 명장면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렇게 재발견 프로젝트는 단지 지역 상품을 소개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일상 속에 침잠해 있던 장면 하나를 드러내는 작은 극장의 연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도, 이벤트성 콘텐츠도 아닌, 이마트라는 플랫폼의 본질 안에서만 구현 가능한 ‘극장 구조’ 위에, 우리는 로컬의 명장면들을 한 컷씩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장면은 명란이 담긴 투명 용기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장면은 전남 어느 갯마을의 안개 낀 풍경에서 나왔으며, 또 어떤 장면은 소금, 장류, 해초, 젓갈에 묻힌 손의 움직임에서 찾아졌습니다. 고객이 장을 보다가 멈추고, 스쳐 지나가고, 문장 하나를 읽고, 그림 하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일상으로 걸어 나갈 때—그 짧은 시퀀스 안에서 브랜드는 설명 없이 작동합니다. 제품은 무대의 소품이 되고, 공간은 장면을 걸어두는 스크린이 되며, 고객은 잠시 멈춘 관객이 됩니다. 우리는 그 흐름 안에서 브랜드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이마트의 재발견 프로젝트는 ‘로컬의 명장면을 만나는 경험’ 그 자체여야 한다고요.






3장
3장
비주얼과 공간의 해석:
작은 극장으로서의 마트
비주얼과 공간의 해석:
작은 극장으로서의 마트
비주얼과 공간의 해석:
작은 극장으로서의 마트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결국, 고객이 어떤 장면을 먼저 마주치고 어떤 순서로 감정을 통과하게 될지를 구성하는 일입니다. ‘재발견 프로젝트’는 기존 매대형 디스플레이와는 다른 리듬을 필요로 했습니다. 로컬 상품은 단순히 진열되는 것이 아니라 ‘비춰지는 것’에 가까워야 했고, 그래서 우리는 마트라는 일상의 구조 안에 극장적 구성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레임(frame), 단차(level difference), 조도(tone), 사이니지(scenery), 이 네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마트의 동선 위에 작은 연출 장치를 심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컨대,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시야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멈추게 하는 단차형 벽면, 그 위에 재생되는 로컬의 풍경 영상, 제품의 원물이 자라난 토양이나 손의 감각이 느껴지는 이미지, 그리고 그 장면을 관통하는 짧은 한 줄의 문장. 그 모든 요소는 의도적으로 과하지 않게 설계되었습니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지나치게 전략적이지도 않은, 익숙한 공간 안에서 조용히 열리는 명장면 한 컷. 우리는 바로 그 장면들을 매장 곳곳에 흩뿌려놓는 방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발견 프로젝트 매장은 하나의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로컬의 명장면들을 만나는 작은 극장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통일형 리패키징은 로컬이 가진 원재료적 다양성을 오히려 지우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제품마다 다른 이야기, 다른 표정, 다른 시각 언어가 드러날 수 있도록 씬 중심의 설계를 택했습니다. 디자인이 통일을 강제하지 않도록, 전체 톤은 정제되되 따뜻하게 유지했고, 언어 역시 상품을 과하게 설명하거나 꾸미지 않고, 한 장면에 걸맞은 짧은 대사처럼 배치했습니다. POP 문구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를 가장 간결하게 설득하는 장치가 되어야 했고, 패키지 디자인도 브랜드의 통일감보다는 로컬의 실감을 우선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접점을 연결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엮고자 했습니다. 고객의 시선이 머무르고, 손끝이 닿고,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까지—그 경험이 하나의 브랜드 시퀀스로 작동하도록 말이지요.
그렇게 재발견 프로젝트는 마트 안에서 매일 상영되는 로컬의 명장면들로 구성된 조용한 연출극이 되었습니다. 조명이 비추면 장면이 열리고, 고객은 그 장면을 스쳐 지나가는 관객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관객은, 그 장면을 기억해 다시 돌아오기도 하겠지요.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결국, 고객이 어떤 장면을 먼저 마주치고 어떤 순서로 감정을 통과하게 될지를 구성하는 일입니다. ‘재발견 프로젝트’는 기존 매대형 디스플레이와는 다른 리듬을 필요로 했습니다. 로컬 상품은 단순히 진열되는 것이 아니라 ‘비춰지는 것’에 가까워야 했고, 그래서 우리는 마트라는 일상의 구조 안에 극장적 구성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레임(frame), 단차(level difference), 조도(tone), 사이니지(scenery), 이 네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마트의 동선 위에 작은 연출 장치를 심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컨대,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시야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멈추게 하는 단차형 벽면, 그 위에 재생되는 로컬의 풍경 영상, 제품의 원물이 자라난 토양이나 손의 감각이 느껴지는 이미지, 그리고 그 장면을 관통하는 짧은 한 줄의 문장. 그 모든 요소는 의도적으로 과하지 않게 설계되었습니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지나치게 전략적이지도 않은, 익숙한 공간 안에서 조용히 열리는 명장면 한 컷. 우리는 바로 그 장면들을 매장 곳곳에 흩뿌려놓는 방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발견 프로젝트 매장은 하나의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로컬의 명장면들을 만나는 작은 극장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통일형 리패키징은 로컬이 가진 원재료적 다양성을 오히려 지우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제품마다 다른 이야기, 다른 표정, 다른 시각 언어가 드러날 수 있도록 씬 중심의 설계를 택했습니다. 디자인이 통일을 강제하지 않도록, 전체 톤은 정제되되 따뜻하게 유지했고, 언어 역시 상품을 과하게 설명하거나 꾸미지 않고, 한 장면에 걸맞은 짧은 대사처럼 배치했습니다. POP 문구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를 가장 간결하게 설득하는 장치가 되어야 했고, 패키지 디자인도 브랜드의 통일감보다는 로컬의 실감을 우선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접점을 연결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엮고자 했습니다. 고객의 시선이 머무르고, 손끝이 닿고,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까지—그 경험이 하나의 브랜드 시퀀스로 작동하도록 말이지요.
그렇게 재발견 프로젝트는 마트 안에서 매일 상영되는 로컬의 명장면들로 구성된 조용한 연출극이 되었습니다. 조명이 비추면 장면이 열리고, 고객은 그 장면을 스쳐 지나가는 관객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관객은, 그 장면을 기억해 다시 돌아오기도 하겠지요.



4장
4장
브랜드의 진짜 명장면? :
기획자와 소비자의 이중적 위치
브랜드의 진짜 명장면? :
기획자와 소비자의 이중적 위치
브랜드의 진짜 명장면? :
기획자와 소비자의 이중적 위치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제 손에서 완전히 떠난 이후에도 저는 이 브랜드를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획자로서 마쳤다고 믿었던 프로젝트는, 어느 날 장을 보던 소비자의 손끝에서 조용히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참이 지난 어느 저녁, 저는 집 앞 이마트에서 자연스럽게 재발견 프로젝트의 명란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연출도 없었고, 전략의 문장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기획 당시의 구조와 흐름, 브랜드의 첫 카피와 장면 구성이 머릿속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장석준 명란, 제안 단계에서 주력 상품으로 설정했던 그 명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전략과 콘셉트, 이름과 타이포 사이에 존재했던 그 상품이, 지금 제 앞에서는 밥상 위의 실제 재료로 놓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브랜드는 브랜딩의 손에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오히려 그 손을 떠나, 설명도 없이, 조용히 소비자의 삶 안으로 스며들었을 때, 그때야말로 브랜드는 진짜 명장면이 된다는 것을요.
그날 이후로, 저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Discover–Connect–Archive, 이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소비자가 어떤 장면을 발견하고(Discover), 그것을 자신의 맥락과 연결하고(Connect), 언젠가 기억의 한 켠에 저장하게 되는 것(Archive). 그 흐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 흐름을 위한 조건은 기획자가 만들 수 있습니다. POP 문구 한 줄, 패키지의 질감, 벽면 영상, 디스플레이의 조도, 지나치듯 읽히는 한 문장이 모두 그 조건들입니다. 명란이라는 상품에 깃든 지역의 리얼리티, ‘장석준’이라는 이름의 구체성, 그리고 그것을 담아든 손끝의 감각, 그 후의 한 끼 식사까지. 브랜드는 그 모든 순간을 잇는 연출의 일부이자, 일상의 맥락에 자연스럽게 덧입혀지는 무언가여야 했습니다.
저는 이 브랜드의 기획자였지만, 지금은 이 브랜드의 관객이자 사용자가 되어 그 명장면을 되감고 또 재생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진짜 존재하는 순간은, 소비자가 기억하는 장면으로 남는 그 때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획자의 역할은 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가 그 장면을 알아볼 수 있도록 무대의 조명을 잘 설계해두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제 손에서 완전히 떠난 이후에도 저는 이 브랜드를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획자로서 마쳤다고 믿었던 프로젝트는, 어느 날 장을 보던 소비자의 손끝에서 조용히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참이 지난 어느 저녁, 저는 집 앞 이마트에서 자연스럽게 재발견 프로젝트의 명란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연출도 없었고, 전략의 문장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기획 당시의 구조와 흐름, 브랜드의 첫 카피와 장면 구성이 머릿속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장석준 명란, 제안 단계에서 주력 상품으로 설정했던 그 명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전략과 콘셉트, 이름과 타이포 사이에 존재했던 그 상품이, 지금 제 앞에서는 밥상 위의 실제 재료로 놓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브랜드는 브랜딩의 손에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오히려 그 손을 떠나, 설명도 없이, 조용히 소비자의 삶 안으로 스며들었을 때, 그때야말로 브랜드는 진짜 명장면이 된다는 것을요.
그날 이후로, 저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Discover–Connect–Archive, 이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소비자가 어떤 장면을 발견하고(Discover), 그것을 자신의 맥락과 연결하고(Connect), 언젠가 기억의 한 켠에 저장하게 되는 것(Archive). 그 흐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 흐름을 위한 조건은 기획자가 만들 수 있습니다. POP 문구 한 줄, 패키지의 질감, 벽면 영상, 디스플레이의 조도, 지나치듯 읽히는 한 문장이 모두 그 조건들입니다. 명란이라는 상품에 깃든 지역의 리얼리티, ‘장석준’이라는 이름의 구체성, 그리고 그것을 담아든 손끝의 감각, 그 후의 한 끼 식사까지. 브랜드는 그 모든 순간을 잇는 연출의 일부이자, 일상의 맥락에 자연스럽게 덧입혀지는 무언가여야 했습니다.
저는 이 브랜드의 기획자였지만, 지금은 이 브랜드의 관객이자 사용자가 되어 그 명장면을 되감고 또 재생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진짜 존재하는 순간은, 소비자가 기억하는 장면으로 남는 그 때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획자의 역할은 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가 그 장면을 알아볼 수 있도록 무대의 조명을 잘 설계해두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pilogue
Epilogue
끝맺으며:
브랜드란 결국 ‘누군가의 일상에 남는 일’
끝맺으며:
브랜드란 결국 ‘누군가의 일상에 남는 일’
끝맺으며:
브랜드란 결국 ‘누군가의 일상에 남는 일’
돌아보면 이 프로젝트는 브랜드를 재발견하는 일이기보다, 브랜드라는 형식을 빌려 사람의 감각을 되살리는 방식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지역 상품의 정체성을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가 다듬고자 했던 것은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을 어떻게 대면하게 할 것인가, 말하자면 일상과 세계를 마주하는 방식의 재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아보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장면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일.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기획이 아니라, 상품이 머물고 있는 세계를 한 컷의 감각으로 포착하는 일.
그 과정에서 디자인은 전략의 외형이 아닌 정서의 틀이 되었고, 공간은 소비의 장소가 아닌 관찰의 무대가 되었으며, 언어는 설득이 아닌 순간을 붙드는 작은 리듬이 되었습니다. 전략, 디자인, 공간, 언어가 서로를 참조하며 그리는 교차점. 저는 그곳에서 기획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믿음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한 문장이나 한 장면으로 사람을 멈추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멈춤이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마트에 갈 때마다 무의식중에 재발견 프로젝트의 매대를 찾습니다. 장을 보러 간 김에 우연히 마주치는 그 장면은 더 이상 제 프로젝트가 아니고, 더 이상 제 언어도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떠난 이후, 수많은 손끝들과 수많은 식탁 위에서 다시 태어난 다른 사람들의 명장면입니다. 브랜드는 그렇게 기획자의 손에서 멀어질 때 비로소 생존하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결국, 우리가 이름 붙인 ‘재발견’이란 브랜드는 상품을 위한 조명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는 조용한 극장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남는다면, 기획자로서 저는 그 무대를 제대로 떠나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날 또 다른 명장면을 조용히 기대해봅니다.
돌아보면 이 프로젝트는 브랜드를 재발견하는 일이기보다, 브랜드라는 형식을 빌려 사람의 감각을 되살리는 방식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지역 상품의 정체성을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가 다듬고자 했던 것은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을 어떻게 대면하게 할 것인가, 말하자면 일상과 세계를 마주하는 방식의 재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아보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장면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일.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기획이 아니라, 상품이 머물고 있는 세계를 한 컷의 감각으로 포착하는 일.
그 과정에서 디자인은 전략의 외형이 아닌 정서의 틀이 되었고, 공간은 소비의 장소가 아닌 관찰의 무대가 되었으며, 언어는 설득이 아닌 순간을 붙드는 작은 리듬이 되었습니다. 전략, 디자인, 공간, 언어가 서로를 참조하며 그리는 교차점. 저는 그곳에서 기획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믿음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한 문장이나 한 장면으로 사람을 멈추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멈춤이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마트에 갈 때마다 무의식중에 재발견 프로젝트의 매대를 찾습니다. 장을 보러 간 김에 우연히 마주치는 그 장면은 더 이상 제 프로젝트가 아니고, 더 이상 제 언어도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떠난 이후, 수많은 손끝들과 수많은 식탁 위에서 다시 태어난 다른 사람들의 명장면입니다. 브랜드는 그렇게 기획자의 손에서 멀어질 때 비로소 생존하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결국, 우리가 이름 붙인 ‘재발견’이란 브랜드는 상품을 위한 조명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는 조용한 극장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남는다면, 기획자로서 저는 그 무대를 제대로 떠나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날 또 다른 명장면을 조용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