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한 큰 질문(Big Question)
지난 프로젝트를 돌이켜보면 개개의 순간마다 마주했던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각납니다. 결과물이나 프로젝트 이름만 놓고 보면 무언가 대단하고 멋진 작업의 과정들이 있을 듯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날이 머리를 감싸 매고 몸으로 부딪히는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의 노동이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저를 포함한 TFT 구성원에게 마음에 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하나의 커다란 질문(Big Question)에 대답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이 큰 질문은 프로젝트 초반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 놓인 숨은 맥락에 접근하고, RFP에 쓰인 명시적인 목표들이 아닌 진짜 해결해야 할 핵심 이슈를 파악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우리 팀 나름의 목적으로 변화합니다. 달리 말해서 RFP의 목표들로 프로젝트는 시작하지만, 큰 질문(Big Question)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과정들이 프로젝트의 뼈대를 이루며 종국에는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 되는 것입니다. 이 목적에 맞게 충실히 프로젝트를 수행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최종적인 품질이 결정됩니다. 이 글은 본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답을 찾고자 했던 ‘큰 질문(Big Question)’이 무엇이며 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물론 우리의 답이 완벽한 것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내린 답의 결과물 자체보다는 우리가 했던 고민의 흔적은 충분히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미래의 비슷한 프로젝트에 작은 시사점은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봅니다.





Activity II. 올곧음을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현재까지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기준’으로만 명문화되어 있는 올곧음의 가치를 다양한 이미지 구성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정의하고 그 의미를 확장해가는 활동입니다. 구성원이 만들어낸 올곧음의 이미지와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의 결과를 보면 구성원이 바라보는 올곧음의 의미가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기준 이상의 복합적인 가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곧음이란, 주어진 기준을 엄격하고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국종)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지적인 태도(손석희)이기도 하고, 엄마와 아이 고객에게 편안하고 힐링을 줄 수 있는 방식(션/대나무/숲/행복)이며 미래의 방향을 안내하고 크게 보아 전체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이루어가는 것(나침반)입니다.
이제 메디앙스가 미래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고객과의 관계를 확장하고 조직 차원의 동기화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서 ’올곧음’의 재해석 방향이 명확해졌습니다. 올곧음은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넘어 각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 업의 목적, 일하는 문화, 정체성으로서 고객의 맥락(문화, 트렌드, 라이이프스타일 등)으로 ‘관계를 확장해가는’ 새롭게 진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소명, 사명, 공명으로 진화하는 올곧음
진화된 올곧음을 위한 구성원의 생각과 미래의 기업 이미지를 파악했으니 이를 브랜드의 가치 시스템으로 표현하고 집약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지속가능한 가치의 단서를 우리는 ‘올곧음’의 재해석과 진화라는 화두로 삼았지만, 그것이 실제 조직 구성원의 마음으로 자리 잡고 메디앙스의 미래 활동으로 견인하는 실천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섬세하고 구체적인 가치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 가치를 담은 일반적인 브랜드 차터로 일괄 표현하는 작업이 아니라, 올곧음의 진화된 모습을 조직 내부의 살아 숨쉬는 가치로 표현하고 미래의 메디앙스를 위한 지속 가능성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는 가치의 구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의 구조를 세 가지의 명으로 엮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소명, 사명 그리고 공명. 이 개념들은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게리 해멀 Gary Hamel이 정립한 것으로 아래와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대변하는 소명 의식을 정립하고 이를 기업의 가치 활동으로 나타내는 사명으로 확장되며, 나아가 그 가치들이 전사 구성원의 내재화라는 공명으로 전이해 가는 브랜드 가치의 생명력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즉 가치가 명문화된 개념으로 끝나지 않고 구성원의 마음과 기업의 활동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활성화되어 가는 모습을 세 가지의 가치 구조로 형식화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세 가지 구조를 바탕으로 올곧음의 진화를 그려내는데 적합한 프레임이라 판단하여 메디앙스의 소명, 사명, 공명을 차례로 정립해 나갔습니다.

소명의 의미 확장 - First Lifemate, 처음 만나는 삶의 동반자
지금까지 메디앙스는 아이와 엄마를 위한 올곧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메디앙스가 만드는 제품은 한 명의 인간인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소비재로서 제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엄마가 아이를 위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으로서 아이가 자신의 삶에서 처음 만나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지요. 올곧음의 시작은 바로 이러한 동반자의 역할론에서 출발합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를 넘어 자녀와 엄마의 행복을 돕는 동반자이자 한 인간의 첫 단추를 건강하도록 돕는 첫 번째 삶의 동반자. 오직 메디앙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자 존재 이유로서 우리는 이를 'First Lifemate'로 집약했습니다. 동반자의 개념을 'Companion'이 아닌 ‘Lifemate’라는 단어로 정의하여, 메디앙스의 역할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을 동반한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현재 메디앙스가 계획하는 비즈니스 카테고리 확장(실버, 미취학 아동 산업)까지 기업의 소명이 확장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명의 역할론 구체화 - 3가지 원칙과 6가지의 핵심 가치 정립
올곧음의 소명과 그 의미를 ‘First Lifemate’로 집약했으니 이제 이러한 동반자가 어떠한 가치 활동을 해야 하며 그 활동의 실천 기준이 필요합니다. 동반자로서의 선언이 표어로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어떠한 약속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명문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명문화를 위해 고객 관점에서 실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3가지의 브랜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내부의 실천 기준으로서 6가지 핵심 가치를 정립하였습니다.
3가지 원칙은 고객의 관계 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룹니다. 고객 가치를 우선하고 고객이 진정 고민하는 문제가 우리의 유일한 전략이며, 이를 조직 전체가 하나가 되어 고객을 위한 해답을 만들어 가겠다는 약속으로 표현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약속을 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가치를 열정, 책임, 존중, 몰입, 헌신 등의 6가지로 정립하여 메디앙스가 달성해야 하는 올곧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하였습니다.

공명의 가시화 - 공감 가능한 형태의 크레도 개발
소명이라는 존재의 이유, 이 존재의 역할론으로서 사명을 정립했으니, 이러한 가치들이 구성원 전반의 의식과 행동으로 공명할 수 있는 규범을 도출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흔히 행동강령 즉 CREDO(크레도)로 이야기되는 이 규범은 구성원의 실질적인 행동 양식이 아닌 승진시험을 위한 암기 사항으로만 기능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나치게 딱딱한 명령조의 언어가 아닌 그리고 너무 말랑한 표현으로 규범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점을 모두 피하는 방향에서 크레도 개발을 착수했습니다. 더불어 그 구체적인 내용은 위에서 설명한 6가지의 핵심가치에서 도출함으로써, 가치의 명령과 그 구체적인 규범이 조화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에서 나온 12가지의 크레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새로운 올곧음의 서사화, 실천 아이디어 제안
진화된 올곧음과 가치의 확장으로서 정립된, 메디앙스의 새로운 가치체계는 아래의 가치 구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First Lifemate라는 소명으로 표현되는 메디앙스의 새로운 역할은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의 역할에서 나아가, 고객과의 관계 확장으로 고객이 미래에도 계속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의 의미에 있습니다.우리는 이러한 올곧음의 새로운 모습과 역할을 메디앙스호의 여정이라는 메타포적인 서사로 한 번 더 풀이하여, 내부 구성원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더불어 단순히 명문화된 내용으로 그치지 않고 조직 문화의 새로운 캠페인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실천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아이디어도 함께 제안하였습니다.
사실 한 기업의 가치체계를 미래의 비전에 맞게 수정하고, 이를 조직 전반의 내재적 동기화로 이어지게 하는 작업은 단기간의 프로젝트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 정립된 가치를 탑다운으로 일방향적인 주입을 해서는 안되고, 조직과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간의 상호 보완적인 노력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내부의 노력과 더불어, 고객과 맺는 다양한 터치포인트에서 신규 가치가 전이되도록 하고 고객이 기업의 가치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적극적인 활동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즉 본 프로젝트와 같은 단기간의 가치 개발 작업으로는 이러한 활동들을 완벽하게 보장하기 어렵고, 반드시 조직과 구성원 개개인의 부단한 실천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러한 프로젝트 역할론의 한계를 우리 스스로 인식했던 바, 미래의 메디앙스가 장기간 존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토대 즉 지속가능한 가치(Sustainable Value)를 본 프로젝트의 큰 질문이자 핵심 키워드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메디앙스의 지속 가능한 가치는 지금까지의 메디앙스를 존속하게 했고 구성원 전부가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던 개념인 ’올곧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올곧음을 고객과의 관계 확장을 위한 미래의 청사진이자 조직 내부의 정신에 흐르는 구체적인 실천 양식이 될 수 있는 가치의 구조가 되도록 개발하였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이 프로젝트의 큰 질문이자 메디앙스의 새로운 가치체계로서 우리가 답을 내리고자 했던 주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속 가능한 가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 수익적인 측면을 넘어서 있는 것. 조직의 문화와 구성원의 사고 및 행동에 녹아 흐르고 있는 것. 그리고 가치의 선언에서 머무르지 않고 고객에게 기업과 브랜드의 가치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알리는 ‘실천’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물론 이러한 대답으로 지속가능한 가치의 전부를 정의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이 개념에 대한 하나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본 프로젝트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의의를 부여하고자 합니다.●